Special Report 조선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기자재 국산화와 상용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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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78회 작성일 21-12-15 14:44본문
1. 조선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인 기자재산업
우리나라 조선산업에서 조선기자재 국산화율은 80~90%대로 알려졌으나, 실제 탑재율은 선주사의 선호, 개발된 기자재의 신뢰성 부족 등으로 인해 국산화율보다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국내 대형조선사가 글로벌 우량 해운사의 고가·고기술 선박을 주로 건조하면서 검증과 품질을 중시하는 선주사의 요구가 국산 기자재 탑재율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생산 척수도 감소하면서 국내 기자재산업은 조선산업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자동차산업은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의 패러다임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동력원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로 변화하면서 부품산업의 변혁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못지않게 조선산업도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기자재산업의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친환경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LNG·LPG와 같은 가스 수송 수요가 증가하고 선박에서도 가스연료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가스운반선과 가스연료추진선용 기자재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데, 새로운 시스템은 주로 선진 기자재사가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해운사의 요구에 맞게 조선소가 단품 기자재를 조달하여 시스템을 완성했지만, 갈수록 복잡해지는 시스템과 글로벌 기자재사의 사업 확대가 맞물리면서 국산 조선기자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주로 중소업체로 구성된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사는 개발 여력이 약한 반면, 전기추진시스템과 같은 기자재에 대한 요구사항은 개별제품에서 시스템화·패키지화 등으로 심화되고 있어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선종별로 다양화된 솔루션을 통해 검증된 소수의 패키지 솔루션만 채택되므로, 기술개발만큼 솔루션의 상용화도 중요하다.
또 다른 패러다임 변화인 스마트 선박은 항로를 자율적으로 운행하고 운항에 필요한 정보를 자동 수집 및 관리하므로, 안전한 운항을 위해서는 다양한 항해통신장비와 자동화된 컨트롤 시스템이 필요하다. 항해통신장비, 운항솔루션, 스마트선박 기술 등은 글로벌 기업(대표적으로 콩스버그)이 자체 핵심역량과 기술협력을 통해 주도하고 있으며, MOL, NYK,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기업, 중국 조선소, 선급을 포함한 기관들은 개발 연합체를 결성하여 대응하고 있다. 스마트자율운항선박을 위한 필수적인 항해통신장비와 자동화된 컨트롤 시스템도 유럽과 일본의 대표적 기자재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자재 기업들은 여전히 범용선박용 기자재 생산에 주력하고 있어 기술 및 R&D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기자재산업이 역량을 강화하여 조선산업의 변화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조선산업 생태계가 강건하게 유지되고 공동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국내 조선·기자재산업의 동향과 국산화·상용화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2. 조선기자재 국산화·상용화의 특징
대량생산 자동차에 장착되는 자동차부품은 기술개발 이후 완성차에서 채택하면 상용화가 가능하므로 수요연계형 기술개발을 할 수 있지만, 수주산업인 조선산업은 핵심 기자재에 대해 선주(해운사)가 주도적으로 탑재를 결정하고, 사용실적(Track Record)으로 제품 신뢰성이 판단되는 특성이 있어 국산화·상용화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특정 조선기자재가 소수의 선박에 채택됐다고 해서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즉, 조선기자재의 진정한 상용화는 대다수의 조선사나 해운사에서 국산 기자재를 채택하는 상황으로 정의할 수 있다. 부품 및 기자재 국산화를 통해 최종제품에 대량으로 적용하여 원가절감이 가능한 대량생산 산업과 달리, 수주산업인 조선업에서는 최종 수요자인 선주가 채택한 기자재에 한하여 선박에 탑재할 수 있다. 조선기자재는 장기간 대양에서 사용해야 하므로 제품 신뢰성을 입증할 수 있는 사용실적(Track Record)이 중요하다. 또한, 해운사가 20년 이상 선박을 운용해야 하므로, 조선기자재는 우수한 성능을 보장해야 하며 유지보수와 높은 신뢰성, 국제적 품질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축적된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검증된 제품이 아니면 시장진입이 어렵고, LNG운반선이나 해양플랜트와 같은 고가 선종·설비에 탑재되는 기자재는 더더욱 어렵다. 이처럼 조선기자재 국산화·상용화는 실제 탑재가 핵심이며, 타 산업과 달리 기술개발, Track Record 확보, Maker List 등록 등의 다양한 이슈와 이해관계자 등이 영향을 미친다.
조선기자재의 국내 조달은 안정적 납품구조, 빠른 납기 외에도 글로벌 기자재의 가격을 낮추거나 견제할 수 있으며, 각종 테스트 및 시운전, A/S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가측면에서는 과거 대형조선사에서 LNG운반선용 IAS(통합자동화시스템)를 국산화하여 글로벌 기업 수입제품의 가격을 20%나 낮춘 사례가 있다. 국산화 이후 탑재하지 못하더라도 가격이 인하되는 효과가 있으며, 국산기자재는 선가하락시 조선사가 기자재사와 원가절감 노력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물류·설치인력 이동 제한으로 글로벌 조달 품목은 2020년에 큰 영향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일정 차질 발생 가능성이나 긴급 대응에 있어 국내 생산을 통한 물류와 납기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조선 기자재사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선 생태계를 강건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선사의 수주 확대도 중요하지만, 핵심 조선기자재의 국산화와 탑재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3. 국내외 조선·기자재산업 현황과 전망
세계 조선산업 수주액은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465억 달러로 감소했지만, 2021년에 684억 달러까지 회복이 예상되고, 중장기적으로 1,000억 달러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선박 제조원가 중 기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선가, 강재 가격 수준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나, 통상적으로 약 60~65% 수준으로 조선기자재산업은 조선산업의 추세에 따라 움직여왔다. 2016년 수주절벽 이후로 조선기자재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었으며, 이는 2021년 수주물량이 본격 생산되는 2022년 이후부터 개선될 전망이다.
2000년대 조선 초호황으로 2011년 국내 조선산업은 최대 건조량을 기록했으나, 장기불황으로 2018년에 저점을 기록하였다. 우리나라의 조선 수주 규모(금액기준)는 2010년 이후 세계 1~2위지만, 자국 선박 건조에서 유발되는 기자재 시장 규모는 한중일 3국에서 가장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시장규모가 축소된 것은 중형급 이하 범용선박 건조기반 위축에 기인한다. 벌크선과 중소 컨테이너선 시장을 중국에 빼앗기면서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조선사는 중대형 유조선, 메가 컨테이너선, 가스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주했다.
국내 주요 중대형 조선사는 초대형 및 고기술선박 중심으로 수주하고 있으며, 고기술 선박일수록 해외 기자재 탑재율이 높아 국내 조선기자재사에는 불리한 상황이다.
중국이나 일본보다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사가 불리한 것은 내수비중이 매우 낮아, 국내 해운사와의 협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내수비중은 15% 내외로, 전체 조선산업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반면, 자국에 선박을 발주하는 내부적인 문화, 혹은 정책지침을 제외하더라도 일본은 50~60%, 중국은 30~40%가 자국 해운사의 발주물량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사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주요 조선기자재 수출은 조선 호황이던 2009~2011년 이후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라 급감하고 있으며, 특히 2016년 이후에는 사드 갈등과 중국 기자재의 성장으로 대중국 수출이 크게 감소하여 조선기자재사의 어려움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4. 조선기자재 라이프사이클과 단계별 문제점
조선기자재의 국산화는 유망기술 도출에서 기술개발, 검증 및 인증, 영업, 생산, 탑재, A/S, 리사이클링의 전주기를 포함한다. 상용화는 국산화 이후 영업이 활성화되고, 대량생산 및 탑재가 됨으로써 달성되는 것이므로 국산화 프로세스 내에 포함된다.
(1) 유망기술·제품도출, 기술·제품개발, 시제품 생산 단계의 문제점
해당 단계에서는 정보 부족, R&D 투자 역량 부족, 내부경쟁, 대기업 집중화 확대가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국내 기자재사의 역량이 부족한 데에는 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이종 산업 간의 연계로 다양한 정보가 필요함에도 정보 확보 역량 및 노력이 부족하다. 다수 중소 기자재사의 평균 연구개발비는 10억원 미만에 불과하고, 2019년에는 기관부와 전기전자부를 제외한 조선기자재의 연구개발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술개발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규모가 작은 국내 기자재사가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있다. 특히 전기추진시스템과 같은 분야는 토털솔루션으로 제공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어 대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솔루션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2) 제품검증(시험), 제품·제조 인증 단계의 문제점
우리나라 기자재업체는 탑재 전 다양한 선급의 승인을 받고, 국내에서 시험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박에 탑재되기 위해서는 선급 승인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각종 시험검사가 선행돼야 한다. 선급 승인의 경우에는 기자재가 탑재될 선박을 담당하는 선급마다 승인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조선사가 주로 상대하는 유럽 선주의 경우, DNV-GL, ABS, LR, BV 등 유럽계와 미국의 메이저 선급을 주로 활용한다. 국제선급연합회(IACS) 회원사간 승인을 상호 인정하는 부분은 있지만, 우리나라 기자재업체에서는 다양한 메이저 선급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해외 선급의 경우, 국내 선박 건조량이 감소하면서 국내 조직 규모를 축소하여 승인기간이나 절차가 복잡해지기도 했고, 환율의 변화에 따라 선급비용이 크게 변동하여 기자재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시험검사는 국내에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검사도 있어 시험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는 여객선 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여객선 내 물품의 방폭 시험과 같은 부분은 국내 시험기관의 대기가 오래 걸린다거나, 동적시험과 같은 부분은 국내에 시험기관이 없어, 국내 제품을 대상으로 고가의 테스트를 진행하기보다 아예 검사를 득한 해외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조선사는 선급 비용 할인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기자재사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선급 간 경쟁으로 인해 조선사의 선급비용을 할인받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해당 선박의 미래 선급비용(정기검사 및 수리 등)에 대한 투자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기자재사의 경우에는 조선사보다 선급에 대한 영향력이 약하기 때문에 조선사처럼 할인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3) 국내외 영업 단계의 문제점
국산화된 기자재를 새로 탑재하는 데에는 새로운 장치 탑재 리스크가 수반되며, Maker List 등록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고, 해운사 주도 시장이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소수의 핵심시스템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개별 기자재 가격은 높지 않으며, 수요 규모가 크지 않은 기자재의 경우에는 국산화시 오히려 단기적으로 원가가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 개별 기자재는 신뢰도를 확보한 소수의 기업이 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Maker List에 새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조선사에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공급과잉의 해운사 주도시장에서는 선가가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에 조선사가 새로운 기자재로 인한 리스크를 꺼릴 수밖에 없고, 해운사의 선호에 따라 기자재를 조달한다. 또한, 해운사는 A/S나 유지보수 및 호환성 측면도 고려하여 새로운 장비로 바꾸는 것을 꺼리는 측면이 있다.
(4) 대량생산, 선박 탑재, 애프터서비스 단계의 문제점
대량 생산 측면에서는 국제규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관련 제품의 시장수요 변화가 커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더라도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됐다가 축소될 수 있다. 따라서 조선기자재사는 다양한 솔루션을 확보하는 동시에 급격한 생산 물량의 증가와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과 자금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서비스역량의 경우 새로운 시스템의 탑재로 인한 문제 발생 시 즉각적 대응이 가능해야 하나 이에 대한 기자재사의 역량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장기간 해당제품에 대한 서비스가 필요하고, A/S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지만, 대형조선사 일부를 제외하고는 어려운 상황이다.
5. 글로벌 조선기자재 사례 분석
(1) 유럽 기자재기업의 인수, 매각 및 전략적 파트너십
유럽에는 바르질라(Wartsila), 만에너지솔루션(Man Disel & Turbo), ABB, 콩스버그(Kongs-berg Maritime), 알파라발(Alfa Laval), 서비텍(Survitec)과 같은 핵심 기자재기업이 포진되어 있다. 유럽의 핵심 기자재 기업들은 인수, 매각 및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발하게 전개하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바르질라의 경우에는 파트너십과 인수를 통해 솔루션 제공 역량과 자동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만에너지솔루션은 선도 분야인 고급 엔지니어링의 기술확대를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해 왔다. 콩스버그는 Rolls-Royce Commercial Marine을 합병하여, 3만척 이상의 선박 전문기술을 통합했다. 알파라발은 2000년대 중반부터 배기가스처리장치나 열교환기 역량 확보, 시장 확대를 위한 M&A를 지속하고 있다. 영국의 제조업체인 서비텍은 전 세계 2,000여개의 항구에서 해양안전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기업의 인수합병도 지속하고 있다.
(2) 일본과 중국의 국산화 노력 사례 분석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도 조선기자재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중 일본은 폐쇄적 밸류체인 유통관행이 특징적이며, 중국의 경우 국영조선그룹의 자회사와 글로벌 기자재사의 합작을 통한 국산화와 자국선박 자국건조 전략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에히메 클러스터와 같이 금융-해운-조선-기자재산업으로 구축된 공조체계의 폐쇄적인 거래관계가 해외 기자재의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여 시장진입이 쉽지 않다. 이마바리조선이 있는 에히메 클러스터는 선주-오퍼레이터금융기관-조선소-기자재산업이 집적된 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특수한 지역으로 해운, 조선, 선박금융, 조선기자재조달 대부분을 내부에서 해결한다. 일본은 특히 1990년대 엔화절상에 따른 원가상승으로 경쟁력이 약화되자 원가절감을 위해 표준선형, 생산성 향상, 기자재 표준화, 달러베이스 기자재 해외조달 등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일본의 표준선 전략에는 대형조선사가 동참하였고, 기자재까지 표준화하여 자국 기자재 업체와의 연계가 완성되었다.
중국의 핵심기자재사는 국영조선그룹 자회사, 글로벌 기자재사와의 합작을 통해 국산화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핵심기자재사는 국영조선그룹인 중국선박집단공사(CSSC)의 자회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요 기술연구소에서 조선뿐만 아니라 기자재에 관련된 연구도 수행한다. 중국의 국영조선사는 조선소, 기자재사, 경제·기술 연구소 등으로 구성되어, 경제·경영·시장 연구에서 기술연구, 기자재 생산, 선박의 건조 까지 모든 분야에 대응한다. 자국의 화물은 자국선박으로 운송(국화국운(國貨國運))하고 자국선박은 자국에서 생산(국수국조(國輸國造))하는 전략으로 한 풍부한 내수를 바탕으로 자국 기자재의 탑재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6. 라이프사이클 관점 조선기자재 상용화 제고 방안
앞서 본 바와 같이 조선기자재의 생애주기 단계별로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에 국산화·상용화를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조선기자재산업 자체의 문제부터 시작하여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단계별로 동시적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핵심 기자재에 집중하고, 대표성 있는 기관을 선정하여 집중 지원해야 한다. 조선기자재 품목들에 대한 통계코드가 부재하여 산업 규모에 대한 정확한 추계가 어렵고, 전체 산업을 대변할 대표 조직이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조선기자재산업에 대한 합리적인 추계 방식 설정이 필요하고, 산업을 대변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요구된다. 즉, 조선기자재산업은 다양한 산업의 품목으로 구성되므로 조선기자재산업을 어디까지 고려해야 할지에 대한 범위 정립의 문제가 있다. 이에 핵심기자재와 주요 기업을 도출 및 매칭하여 지원을 집중화할 필요가 있다. 일반재와 호선재(선박별로 들어가는 기자재)에서 호선재를 중심으로 조선사/해운사의 Maker List 중 핵심기자재를 도출, 대상 범위를 차별화하여 명확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핵심 품목의 경우에는 Maker List를 기반으로 1차 핵심기자재를 중심으로 별도로 구분하여, 성격이 다른 소모품, 단순 구조물 및 선체 블록과 같은 분야와 차별화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핵심 조선기자재를 생산하는 기업을 도출하고,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핵심 조선기자재산업을 파악한다면 일관되고 통일된 통계구축도 가능해질 것이다.
지역적으로도 다수의 기자재 조합이 조직되면서 한국조선해양기자재협동조합 외에 조선기자재산업을 대변하는 기관이 늘어나 거버넌스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한국조선해양기자재협동조합과 같은 전국 단위의 조직에서 핵심 조선기자재를 구분하고 관련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
둘째, 기자재사 역량 확보를 위한 Alliance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에 비해 중소 규모의 기업이 다수 포진하여 개별 기업의 역량이 부족한 데 반해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은 규모가 크지 않고 생산하는 품목이 한정적이어서, R&D역량이 부족하고 마케팅/영업능력도 높지 않아 조선사나 해운사의 Maker List 등재도 쉽지 않다. 시장 수요규모의 변동성은 확대되는 반면, 조선기자재 산업의 시장은 확대되지 않아 내부 경쟁은 커지고 있으며 시스템화로 대기업이 주도하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개발/마케팅/영업 역량의 확보와 내부 경쟁 감소 및 변동성 대응이 가능한 기업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자체역량 강화 측면에서 M&A, 단위 기자재 업체 흡수, 네트워킹 강화 등을 통해 중견 기자재 기업의 시스템화 역량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기자재사들이 전략적 인수를 통해 기술을 확대하는 것처럼, 우리 조선기자재사들도 업체간 사업협력과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기자재 역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간 통합은 내부경쟁을 축소시키고,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국내 조선기자재 업체는 오랜 업력을 보유한 기업이 많으므로, 유사 분야나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차원에서 기업 간 주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진정한 상용화를 위해서는 국내 신조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판매(해외 신조 및 After Market)도 필요한데 개별 조선기자재사가 접근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므로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국내 신조 시장에 대해서는 기술/시장 정보의 파악과 조선사 마케팅/영업 역량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서 조선해운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들을 연계하여 플랫폼화하고 수출지원 서비스의 정보 등도 지속 개선하여 부족한 정보의 양과 질을 보완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의 주도를 위해서는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 조선사의 신조시장과 글로벌 해운사의 After Market에 대응할 필요가 있으므로, 시장조사, 마케팅/영업 및 A/S역량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환경변화로 시장규모 변동성 증대와 A/S역량 및 네트워크 부재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기자재를 위한 대표 단체 조성, 글로벌 판매 및 A/S 플랫폼 구축, 조선-조선기자재를 위한 정보-기술협력 네트워크 제공이 필요하다. 현대글로벌서비스와 같은 기업과 협력을 통해 전 세계 해운사를 대상으로 영업이 가능하고 After Market까지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조선소가 구축한 주요 지역에 대한 해외거점기지의 확대를 고려하는 동시에 A/S 네트워크가 잘 갖추어진 기업, 조선기자재 관련 엔지니어링 기업, 주요 기자재사가 함께 공동 A/S망 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